현대건축

현대건축

 내 방에는 벽이 붙어있다 옆방은 내 방 옆에 있는데 내 방에 붙어있는 벽 하나가 악착같이 옆방에 붙어있다 나는 내 방에 붙어있는 벽의 소유권을 두고 옆방에 들어있는 사람과 다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옆옆방에 들어있는 사람과는 그럴 일이 없다 내 방에 붙어있는 벽은 옆방에는 붙어있지만 옆옆방에는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옆옆방까지 옆방과 함께 내 방에 붙어있는 벽에 붙어있었더라면 셋이서 하나의 벽을 두고 다투는 일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하나의 벽에 내 방과 옆방과 옆옆방까지 붙어있을 수 있는 구조를 지닌 건물을 본 적이 없다 벽이 구부러진다면 안 될 것도 없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구부러져야 그럴 수 있는지는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다 뛰어난 건축가라면 그런 건물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공연히 분쟁만 불러일으키는 그런 설계를 선뜻 구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걸 짓는 건축가가 있다 그런 곳에 살기 위해 흔쾌히 들어갈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구부러지지 않은 벽이 붙어있는 방에 들어있는 편이 여럿이  같은 건물에 거주하기에는 훨씬 더 익숙하니까 말이다 아직 사람들은 옆옆방이 바로 옆에 있을 수 있는 구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나 역시 그렇다 벽은 너무 오랜 시간 내 방에 붙어있었다 아마 변하기 힘들 것이다 옆옆방이 마치 옆방처럼 내 방 옆에 있을 수 있는 건물을 지으면 옆옆옆방을 옆에 두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집에 들어있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살지 못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살 수 있을지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그걸 짓고 싶어 하는 건축가는 분명 있다 그리고 건축가 스스로 입주하는 일이 드물지도 않다 문제는 벽 하나가 자기 방과 옆방과 옆옆방에까지 붙어있는 구조 속에서는 매일 지나다니는 복도에서도 길을 잃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런 건물은 쉽게 무너지기까지 한다 밤에 잠들어 있을 때 구부러진 벽이 무너져 내려 돌연 노숙을 하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길에서 사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자게 되는 꼴이지만 어차피 옆옆방도 바로 옆에 있었던 상황이니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방에 들어있기를 선호하고 옆옆방이 바로 옆에 있지 않은 내 방에 꽤 오래 살았다 몇몇 건축가들이 벽을 구부려 지으려는 건물은 나로서는 조금 어렵다 나는 아직은 내 방에 들어있다 내 방에는 아직 벽이 붙어있다 옆옆방은 아직 옆에 있지 않다

빈방을 치우며

빈방을 치우며

일종의 들이

일종의 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