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사뿐사뿐, 가로지르고 있어 언제부터더라 벌써 오래 전이야 빛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 왜 그런 거 있잖아, 구태여 알려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한 범상한 확신 (혹은 어설픈 착각) 무거운 그림자 대롱대롱 달고 걸음걸음 검은 발자국 자욱이 남기며 자꾸만 걸었어 지루한 줄도 모르고 콧노래도 불렀지 돌아볼 것은 없어 모두 흘러갈 따름이니까 붙잡을 것도 없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니까 온 생애를 터벅이는 동안 시커먼 공허에 닿은 수족이 야금야금 닳았어 둥글어졌지 무디어졌나 존재하지 않는 바닥을 아등바등 밀쳐 제자리였고 돌아가고도 싶었지만 멈출 수 없었어 나 말야, 말하지 않는 비밀을 가졌어 사라지지 않는 회한을 낳았어 지울 수 없는 과거를 키웠어 끝은 어디에 있어? 시작은 어디에 있어? 나는 어디에 있어? 입을 쩌억 벌려 돋아난 질문을 꿀꺽꿀꺽 삼키면 거대한 구멍이 생겨 미지근한 바람이 불지 무엇도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아 굴러갈 뿐이니까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문

푸른 지붕 하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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