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봉투에는 미안하다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편지 봉투에는 미안하다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내 손바닥이 내리쳐지는 걸 두려워하던 네가 이제 같이 사는 여자는 개를 기르는 여자 내가 기르던 고양이는 갓 네 살이 넘은 얼룩덜룩하고 순한 개 같은 아이

 내 집 밖에서 비를 맞으며 나와 달라 빌던 네가 아직도 내 바깥에서 안쪽으로 집어 던지는 것들 내게 나는 언제나 소리를 지르고 무엇을 찢어버리는 사람이 아닌 얻어맞고 울게 되는 사람이다

 세 갈래 네 갈래로 이별하고 흩어진다 후회한다는 고백은 흉기류의 말이라 무슨 뜻인지는 모르더라도 잊혀져야 할 것들이 죄다 피부 위로 새겨진다

 내 체온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새어나가는 소리를 들으면 깊은 잠에 빠지던 네가 이제 같이 사는 사람은 광대뼈가 예쁘고 손목이 가는 여자 자장가를 잘 부를 것 같고 네 고질적인 늦잠을 문제 삼지 않을 것 같은 여자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것들에게 남겨진 것은 고작 버리려 해서 버려진 유실물이라는 꼬리표다

 네 안에서 혼자 살던 네 손목을 움켜쥐고 내 마음 안으로 끌고 들어오고 내 마음대로 내쫓은 것이 죄라 아직도 피비린내를 삼키며 잇몸으로 살아있는 것들을 씹는다 창밖으로는 죄다 실패한 풍경 실패한 계획들 실패한 먼지만 날아다닌다 잇몸이 상하면 이까지 아파야만 하는 게 우리가 헤어진 이유였다

 내가 손을 잡으면 웃는 너의 얼굴을 사랑했는데 누구에게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 없었지 너는 그게 이상하지 않았니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발목을 달랑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니 너는 왜 여전히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거니 나는 그 얼굴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죄목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퍼렇게 멍이 들어야만 하는데

두개의 잠

두개의 잠

<글로> 6호 (2016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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